배정임 시인의 무채색으로 오는 시詩

배정임 시인의 무채색으로 오는 시詩

소하 0 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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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정임 시인. 가죽 공예가



나방은 부유하고


                 예솜


오늘도 오후 세시

너무도 그리워

시계 없는 나방은

살랑살랑 부유하고

또르르 구르는

방울 토마토 한 소쿠리 씻어 놓으니

별꽃이 한가득히 내려앉네

마음을 받아온 날

두 눈에서 그대라는 글자가

끝없이 흘러 내리고 가슴까지 들어차서

눈물없이 그대 생각하고 나니

참꽃같은 허기가 진다

선득선득한 이른 봄은

애기민들레로 연애를 하고

한 줌 참꽃은 눈물로 배부르다



고백


   예솜


답해주니 좋더라


온 마음에 너를 담고

떨리는 손 끝

방황하는 눈동자 감추며

너에게 묻던

그 날에

잠자리 휘이휘이 도는 하늘

들꽃 춤추는 바람

네 목소리로

답해주니 좋더라


못 들은 척 해주던

떨리는 목소리

우르르 소낙비 되고

후두둑 메뚜기 날아

파다닥 내가 놀라도


답해주니 좋더라

그날




비밀


    예솜


뽀얗고 미끄덩거리는

두부를

반으로 또

반으로 반으로

쑹덩 쑹덩 잘라넣고


전기밥솥 뜨거운 김

싹싹 쏘아대고


젖은 나무도마

맛 보던 숟가락 하나

얹어 놓고 나니

마주앉아 먹을

그가

들어온다


마음 한쪽

기다리던 소식

찌개 속 두부처럼

먹어 치웠다


〔비밀〕작가노트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시간을 오래도록 살아가다보면

나만 품게 되는 한 두 가지 비밀이 생기기도 하죠.

이런 마음을 담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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