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목 시인의 안부시詩, 그대 잘 있나요? 1

신희목 시인의 안부시詩, 그대 잘 있나요? 1

소하 0 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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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희목 시인

잊혀져 가는 것들 


                        신희목


하얀 눈 고깔 동그랗게 쓴

옛날 흙벽돌 창고 안에는

상큼한 여름 향기가 익어가고

푸르른 국광의 살결이 달콤한 과육으로

지난 청춘을 곱십으며 왕겨 속에서 살았다


한 모퉁이에는 눈길 끌던 홍옥이

붉은 상념이 아른거리는 기억으로

마지막 향을 사르며 뒹굴고

귀퉁이에 잡다하게 섞여서 잡담하던

골덴 인도 스타킹 이젠 이름마저 감감하다


눈이 녹고 비가 내리고

햇살이 눅눅해지는 날 오면

마지막 이사를 준비하고는 이별 의식을

수없이 많은 날 세월이 흐른 뒤

기억 속에 희미하게 한 올 차지하고 있다


지금은 그 이름들 하나 둘 잊혀지고

어디를 가나 모두가 하나뿐인 부사

이렇게 눈 쌓이고 고드름 녹는 날이면

야물딱진 국광의 그 진득한 향기와

진홍색 홍옥의 때깔이 그리웁다





당신은 그렇게 왔습니다 

                    신희목


호젓이 당신이 오신 길

아름아름 비치는

새 움이 돋는 벌판 아지랑이 따라

끊어질 듯 이어지는 허밍으로


무지한 우격다짐에

거칠어진 호흡과 어지러운 몸부림

벌거벗은 허약한 육체를 적시고


흔들흔들 바람 따라

옷 갈아입은 가을 허수아비 닮은

약간은 어설픈 스웨그로


삼한사온 간데없이

지나는 길목에서 목을 죄는 동풍

입과 코 막고서 다시 동여매고

당신은 그렇게 왔습니다





#시조

겨울 강가에서

         신희목

 

그날은

비가 왔어

두 사람 한 우산에


강 언덕

버드나무

약속을 새겨두고


하얀 눈

겨울 강가에

소식 한 줄 없어라





#시조

등대 섬 

       신희목


바위 섬

등대하나

홀로서 살아간다


비바람

쏟아지고

눈보라 몰아쳐도


언제나

가물거리는

눈에 담은 등대 섬




#시조

아시나요 

       신희목


그대여

곱게 여민

이 마음 아시나요


하루가

지쳐 와도

꿈으로 살아가오


분홍빛

봄바람 올 제

사랑으로 가리다




#시조

    신희목


물결 위

흘러 가는

나뭇잎 한 장인 걸

간혹은 부딪혀서

생채기 나기도 해

인생길

지난 길에는

더 한 일도 많았소


달빛에

눈 흘겨도

다 지난 일인 걸요

불거진 돌부리에

멍든 적 많았더라

이만큼

감당해 온 삶

훌륭했다 말하오





물레야 

      신희목


누구 신가요

생각 없는 겨울에 토라진 창

뿌옇게 서린 성애는 달빛을 가리는데

눈가에 내려앉은 잠결에 들리는

누구를 찾는 소리 하나 있어

하늘나라 그 먼 곳에 계신 어머니

애린 밤 자식 걱정에 예 오셨나요


아, 겨울이 내뱉는 바람 소리였구나


잠은 달아나고

하릴없는 밤 시간 덩그러니

뭉클해진 가슴으로 강물이 흐르는데

애써 입술 깨물면서 귀를 밝히니

어렴풋이 귀에 익은 소리였어

코흘리개 재워 놓고 밤새우신 어머니

감기 들라 배앓이 할까 걱정하시었소


아, 그 밤에 듣던 물레 소리 닮았구나





오늘을 박제하다

              신희목


눈물 많을 나이란다


심연에 일렁이는 그림자

슬픔이 좀비처럼 흐느적이고

불뚝 일어서는 그리움이란 괴물

이렇게 못 잊어 아픈 날에도

남자라서 소리치지 못하고

어둠을 찾아 하늘만 쳐다보더라


마음대로 부르지 못한 노래

잠시 멈추기도 싶은 발걸음

쉴 정거장이 없는 인생길

자꾸만 재촉하는 중년의 하루

고독한 남자의 외로움은

하얀 겨울에도 싹트는가 보다


오늘을 박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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