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해 시인의 꽃다리 사랑 10

박선해 시인의 꽃다리 사랑 10

소하 0 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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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선해 시인



죽전 다빈


       소하


혜움이 가라사니 죽림원 심로하다

한억년 대쪽해도 한시절 수의였소

댓잎은 휘리릭 휘릭 소릿발에 여의타


해뜰참 드나들던 높바람 난새로다

한백년 지고 뻐친 서릿발 휘날리소

연정아 어허야 디야 허리달이 가련코.


해지녁

​    소하


​저문 해 우그러져 짚데기 넝마로고

묵은지 동동주야 청춘이 시그럽다

한 사발 덩기 덩더쿵 찬솔가지 젖겠네.


허수아비


      소하


색동옷 나락논을 휘리릭 훑어 가니

참새는 보란듯이 꽁지깃 세워 앉네

가을이 저만치 서서 허적대는 들풍경





강 산


  소하


강이야 애틋함은 산세의 노심초사

산이야 그리움은 유순한 물결소리

하늘도 때로 그늘져 꿈틀꿈틀 흰장막.





정겹다는 것


      소하


박꽃이 젖빛으로 울타리 매듭 잇는

들새들 봄내음을 나르는 살빛 고움

어느쯤 오색빛 우정 눈인사로 머물러.





어느 날, 봄


       소하


아무도 보지 않아 봄날아 홀연이냐

꽃들아 어련하라 불길을 더 피우련

벌불에 어룽어룽한 그림자만 드리우니.





담쟁이


    소하


뿌리째 기왓장에 기어코 흘려내려

사계절 화색이니 바람이 기웃댄 말

어찌해 오르는 삶만 용하다고 박수냐.





추마곁에서


      소하


괄괄괄 심산유곡 드리운 신록천지

추켜선 추마등은 낯바람 품어내고

발자취 가득 쌓이니 연등아랜 무늿걸.





소나기


    소하


기나긴 줄기뻗어 하늘을 털어내린

황량한 대지의 숨 오글한 생애 예찬

가물은 삶에 날비와 눈빛맞은 기도수.





쑥부쟁이


     소하


무참한 생명력이 오히려 가련쿠나

한가득 소쿠리엔 꽃으로 주야장창

마지막 고갯걸음은 들빛향기 정겹고.





평화


   소하


새소리 태엽감고 강변에 둑방맨들

무구한 정적풀어 달비슬 하늘품네

고통은 이유없이도 살아야 할 받침대.





가을에


    소하


귀뚜리 벼알 노래 한낮이 초롬하다

새 가을 갈대는 또 어떤 빛 끌어올지

그날은 갈래 바람 난 텅빈 고독 채우네.





잠자리


    소하


마비된 도심 속에 뜨거움 저항 없이

맑은 숨 가슴 박은 영혼의 잠자리여

폭염에 색조 잃을까 초록줄이 끈끈하다.





매미


   소하


산고후 삼칠일간 장마에 씻은 업고

내생에 한걸음이 물설어 울었던가

그리도 저승 못 잊어 구구 슬퍼 퍼붓냐.




능소화


   소하


바람이 지리도록 가락은 흘러흘러

눈물로 닦은 걸음 석양에 머무르니

담장 위 다홍빛 소복 물들였던 소화야




치자꽃


    소하


사랑은 하얀 웃음 아래를 내려보는

눈부신 바람개비 어쩌면 좋을까요

더욱 더 마음 졸이는 아름다운 강인합.





철쭉 

​  소하 


오월의 산자락에 열렬한 꽃순수는

이어낸 꿈과 미래 엮어낸 신랑 신부

어여쁜 분홍 턱시도 철쭉 꽃물 드레스


묵은 맘 꼬득꼬득 말끔히 걷어내고

고해는 보석같이 피어난 전령처럼

꿰어 낸 그리운 흔적 사무치는 꽃소리.





진홍빛 수국


           소하


무량한 구릉으로 물들은 저 수국아

무념을 이어냈던 돌담에 꽃빛 들여

진홍빛 꿈 나빌레라 가는 숲에 흐르리


꽃나비 품에 안아 닿은정 불잉걸로

심중에 맺은 사연 켜켜이 부풀여라

바람은 제 흔들지만 녹지않고 날으리.





만다라 꽃


          소하


빈가슴 밀어내며 손 끝을 망라하고

수련한 무념 정진 순환기 융화롭다

만다라 수겁의 포말 그 끝없는 오메가


아련한 빛꽃 피울 내 안에 달의 문양

한 생애 향기롭게 후손에 자비 만리

인연이 움츠려 있는 조각들을 맞는다.





만월이 든 찻잔


            소하


물소리 나즉 나즉 찻고랑 스며 드니

흰나비 여리 여리 초순을 부추긴다

첫이슬 찻잎 적시면 청마루에 앉으소


애심을 다락밭에 달이고 우려냈던

다향이 든 만월에 음률이 괴괴하다

첫잔은 유록빛 옥로 주옥같이 드소서.





팔공산으로


               소하


철다리 야등따라 석담을 디뎌디딘

달빛속 염불소리 불공이 애틋하여

갓바위 따라 오르니 팔공산이 품이다


품이 든 팔공산에 애환을 녹여내린

보시님 수만 근심 태우던 무심 기도 

정적은 하늘 두드려 한탄 고뇌 사른다


갈등을 기도처에 내린뒤 엎드린 절

창공에 들고 나니 그 길이 난길이요

고행은 깊은 우주에 소멸되어 무제다.





꽃도라지


    소하


남새밭 울 할머니 여름날 이야기꾼

온산이 묵언할 때 아무도 보지 않는

양지밭 구구절절이 싱글벙글 민담꾼


굳은 입 절개련가 한 송이 꺾어다가

한밤엔 화등으로 밤길을 밝혀 볼까

아무리 비바람쳐도 드문 드문 초로롱.





가을날의 찻집에서


              소하


오후에 꽃분 바른 다은한 햇살 아래

강변의 테라스 위 차 한잔 내려 쉬자

물새는 착실히 울어 노을 맞이 하련다


노을 진 강변 찻집 창으로 들어서는

온후한 생활 일기 따스히 흘러 나자

밤 하늘 무릎 보자기 달빛 별빛 붓는다.





꽃분홍 백일홍 아래서


                 소하


한 줄로 서 있었던 합장 손 백일 기도

철 갈이 간지러운 몸뚱이 맨들맨들

맨드롱 꽃송이들을 문장으로 읊었다


꽃분홍 복슬복슬 피고 져 백일만을

훌러덩 벗어 던진 씁쓸한 나무아래

홀러 서 지난 영화가 꿈이었나 깨었다.



목련 달

​     소하

당신을 밝히우는 저 목련 온후한 맘

내 손수 저 달빛을 담을 수는 없을지나

달 가려 빛을 잃어도 두렵지는 않으리.

 소하

새겨진 세월들이 헤일 인 뭉뚱한 삶

먼데로 사라졌던 소소한 날의 소꿉

소롯이 돌아서려니 그 산책길 아리운.


망개 몽오리


소하


겨우내 알바람을 이겨낸 씨알들에

초록 숨 뽀듯 뽀듯  포개논 꽃몽오리

도그르 다정한  와글와글 불쑥불쑥




(#홑시조)

빨강 고추

 소하

고추가 곧추섰네

길섶에 쪼그라졌던

여우비 속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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