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채원의 시詩애愛뜰 작가 노트 1

여채원의 시詩애愛뜰 작가 노트 1

색연필 0 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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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호 시인



 

치자꽃 


        김재호


뽀얗게 물들여

가슴 적시고

젖을 문 아이 웃음처럼 동동 떠오르다


안개 걷히듯

시야에서 멀어질 때

심장은 이미 멈춰 있었다


그가 떠난 후

빌려 쓴 마음처럼 

잿빛으로 물들어갔다. 



《작가 노트

7월이 되면 치자꽃 향기 가득하던 여름날이 생각난다.

우연한 기회에 분양을 받아서 키우면서 

아름다움과 향기에 취해 시간이 날적마다 들여다보곤 했다.


치자 하면 어릴 적 아버지 제사를 앞두고 어머니가 

전을 굽기 전 반죽에 넣기 위해 찬물에 우려내던 모습을 떠올린다.

몇 조각을 낸 뒤 물에 담아두면 아주 예쁜 색이 우러난다.

밀가루에 치자물을 섞으면 빛 고운 반죽이 되는데 고구마전, 깻잎전, 부추전을 주로 구으셨다.

제사상에 올리기 전이라 입맛만 다셨었다.


치자물은 식용으로도 쓰지만 약용에도 탁월하여  

치자의 찬 성질은 간 기능 회복에 좋고 감기와 기관지염에도 효능이 있다고 한다.

불면증을 완화하고 소화작용에도 유용한 약제여서 약이 귀하던 시절에 고마운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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