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건 시인의 이야기처럼, 끝없는 동행 3

금동건 시인의 이야기처럼<비움>, 끝없는 동행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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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둘임 사진 作



엄마에게도 이름이 있다 꽃이란 이름으로


1

오래 견디는 인동초에 금은화가 핀다

오래 견디는 사랑엔 엄마의 금은화가 피어 있다

엄마의 이름은

소리 없이 사라져 가는 백과사전의 뒷장처럼

우리에게 기억의 잔재만큼만 사라져 간다

그러나 엄마의 이름은

백과사전의 앞장 금박처럼

나의 사전에 명시되어 있다

어떤 꽃보다 오랜 향을 머금은,

어떤 꽃보다 시련을 견디는 인동초처럼

금은화 꽃이 피어 있다

한여름에 자식의 그림자가 되어주고

한겨울엔 혹독의 눈발을 막아주는

인동초 금은화처럼 그녀에게 이제 이름을 지어주어

예쁜 엄마의 목덜미에 걸어주자

엄마에게도 이름이 있다 꽃이란 이름으로


2

유년 시절 엄마가 쥐여준

국민건강 음료 요구르트 뒤 꼭다리를

앞이빨로 찢어 마시면서

나는 엄마가 다가오면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그렇게 엄마는 꽃이면서 혹시나

그 꽃의 향으로 나를 품으셨다

엄마가 한 달 다가오면

왜 두 달 뒤로 물러났을까


3

지금에야,

엄마는 세월의 벗 길 따라 요양원에 의

이제 그 요구르트병에 빨대 꽂아 줄 상대가 라

이제 엄마의 나이가 되었다

그래서 사람은 아기에서 출발하여

아기로 돌아가는가 보다

엄마에게도 이름이 있는 줄 정말 모르는 이가 많다

꽃이란 이름을 모르는 이가 나무 많다


2020년 1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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