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빚는 하루 * 백두산 - 문경주 시인편
백두산
글길 문경주
비췻빛 호수 천지 있는 곳
민족의 영산(靈山) 상봉(相逢) 깃들어
사백만 년 전 내가 태어난 줄도 모른 채
넓은 화산재 떨어져 발톱 세운 증언(證言)들
끊어지지 않게 짚신짝 체온 버티고 선
해를 둘러매고 백두산 白頭山을 바라본다
백 번 올라서 두 번 천지 보기 어려우니
우러르던 산 봉우리 바람 구름 자연이 머무르는
혹한의 날씨 변화무쌍 엥 돌아 호수의 안식처
만년설 와피티 사슴 천천히 공존 헤아려
긴 꼬리 올빼미 내 곁 개국(開國)을 창조할 때
세 가락 딱따구리 소유의 천리천평(千里天坪)이었다가
동물의 왕국 모아 놓은 듯 지상 순풍의 터전
북살무사 산 중턱 정원의 신비로움 시작되었나
긴 꼬리 도마뱀 휴전의 다리 절며 걸었다
구름꽃다지 빽빽이 백리향 한 묶음 꺾었다
발걸음 옮길 때마다 몽환적 천지가 이곳 이련가
박달나무 생명체 둘러매고 선 흰 산이여
안개로 가려진 힘찬 제국의 전경 숭앙(崇仰)되어
다섯 봉우리 백두산을 떠올리며 홀로 짝을 잃고 취하네
눈 덮인 산하(山河) 영혼을 깨우는 성지(聖地)
회색 빛 시간을 거스러는 태백산은 울지 않았다
삼지연 못가 우리(我)와 이웃(隣) 부둥켜안으며
범 국민 통일의 그날 깃봉 새겨진 아리랑을 불러본다
우리 땅 제사 열리며 병사봉 태극기 꽂아
곳곳에 남겨진 수난(受難)의 흔적들 헤집고
민족의 긴긴 세월 거대한 외세에 저항하는
기다린 백두산은 나신(裸身)을 끌어안는다
분화구 재왕(再往) 할 일도 무장해제 되었나
영원한 백두산의 경외감에 교전을 보낸다
헤아릴 수 없는 생명력은 백두산을 향했다
오래 도산검림(刀山劍林)* 몸을 짚어보니
태초에 오랜 시간 돌고 돌아온 산줄기 보였다
자연 속 대장원(代將園)의 명산(名山) 높은 산 여기 있다
물안개 피어오르는 날 여기 꼭 만나기로 약속하자
살아 있는 용이 승천하듯 길을 되묻는다
*도산검림(刀山劍林): 매우 험난한 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