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 때쯤 나의 고향엔선 * 조용현 작가편
이맘 때쯤 나의 고향에선 9
혹여라도 요 며칠 사이에 도심에서 벗어나
농촌의 들녘 길을 걸어보셨는가요
논두렁이고 비탈진 밭 언덕에도 예쁜 풀꽃이 지천으로 널려 있어요
하얀 꽃잎 바탕 위에 깜찍하게도
아주 작은 달걀 노른 자위를 올려놓은 것 같은 꽃들은
불어오는 바람결에 이곳저곳에서 밝게 웃고 있었지요
이렇듯 귀엽고 자잘한 꽃을 나의 고향에선 계란 꽃이라 불렀어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는 개망초 꽃이라 하고
새봄이 오면 여린 새순을 꺾어 봄나물도 만들어 먹으며
꽃이 피기 전에는 망초대라 부르더군요
** 시작 노트 **
개망초는 알게 모르게 우리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함께 살아가는 풀이다.
다만, 관심을 가지지 않다 보니 있는지 없는지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허다하고요.
이 풀은 여름철 우리 주변에서 가장 많이 보게 되는 잡초나 다름없다.
아파트 주변은 물론 길가나 빈터에 심지어 콘크리트 갈라진 틈에서도 잘 자라는 생명 력이 아주 강하다.
개망초는 오 월쯤에 꽃이 피기 시작하여 여름 내내 피어나는 야생화다.
구한말 일재 감점기 때 한반도에 철도를 부설하면서 철도 부설 목으로 사용할 목재를 북미지역에서 들어온 귀화식물이다.
이때 씨앗이 목재에 묻어와 우리나라 전역에 퍼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철로변을 따라 이상하게 생긴 풀이 자라나고 이 풀들을 제거하는 것이 쉽지 않자 사람들은 일본이 우리나라를 망하게 하기 위해 퍼트린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엔 풀의 이름을 망국초(亡國草)라고 불렀다.
그러나 해를 거듭하면서 변이의 변이를 하여, 더 예쁜 꽃으로 피어나자 백성들은 왜놈들이 들여왔다고 망초 앞에 개 자를 덧붙여 개망초라 불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