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중근 시인의 삶은 그리움 * 어무이

유중근 시인의 삶은 그리움 * 어무이

포랜컬쳐 0 56

dc49498989f137f0750af5e14f2a7182_1704288826_52.jpg
 

어무이


       유중근


아버지에게 엄마 말고 딴여자가 있었다

엄마도 알고 사춘기인 나도 눈치를 챘다


속을 많이도 끓였을 울엄마

어리지만 강단이 있던 나는

한바탕 휘저으러 나섰지만

엄마는 내 발길을 붙잡으셨다

아버지도 그 여자도 미웠다


마흔 아홉 아까운 나이에

엄마는 먼 길을 소풍 떠나시고

이듬해 나는 고향을 떠났고

외로운 아버지는 그 여자와 합쳤다


새 여자를 얻었으면 오래오래 사실 일이지

군에 간 날 기다리지도 못하시고

쉰 아홉에 돌아가셨다


어제 단비와 함께 구순을 넘긴

아버지의 여자도 먼 길을 떠나셨다


술 한 잔 올리는데 눈물이 난다

울엄마, 아버지, 아버지의 여자

미운 정 고운 정 그분들과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두 분의 사랑이 어땠는지는 몰라도

우릴 대하는 마음은 극진했으니

육 남매는 오랜 세월 

아버지의 여자를 어무이라 불렀다


울엄마 만나면 형님 미안했어요 꼭 하시고

울 아버지께는 당신 자식들 잘 산다고

부디 안부나 전해 주세요


극진하게 술 한 잔 올리며

어무이 영면을 기도해 본다


이제 어른은 한 분도 안 계시니

그 서럽고 허전한 마음을 오는 길

노을 이는 섬진강에 던져 버리고 왔다


'22.6.8 어무이 문상을 다녀오며


*작가 노트

엄마 : 나를 낳고 길러주신 분

어무이 : 아버지를 사랑한 여자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