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중근 시인의 삶은 그리움 * 어무이
포랜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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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3 22:33
어무이
유중근
아버지에게 엄마 말고 딴여자가 있었다
엄마도 알고 사춘기인 나도 눈치를 챘다
속을 많이도 끓였을 울엄마
어리지만 강단이 있던 나는
한바탕 휘저으러 나섰지만
엄마는 내 발길을 붙잡으셨다
아버지도 그 여자도 미웠다
마흔 아홉 아까운 나이에
엄마는 먼 길을 소풍 떠나시고
이듬해 나는 고향을 떠났고
외로운 아버지는 그 여자와 합쳤다
새 여자를 얻었으면 오래오래 사실 일이지
군에 간 날 기다리지도 못하시고
쉰 아홉에 돌아가셨다
어제 단비와 함께 구순을 넘긴
아버지의 여자도 먼 길을 떠나셨다
술 한 잔 올리는데 눈물이 난다
울엄마, 아버지, 아버지의 여자
미운 정 고운 정 그분들과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두 분의 사랑이 어땠는지는 몰라도
우릴 대하는 마음은 극진했으니
육 남매는 오랜 세월
아버지의 여자를 어무이라 불렀다
울엄마 만나면 형님 미안했어요 꼭 하시고
울 아버지께는 당신 자식들 잘 산다고
부디 안부나 전해 주세요
극진하게 술 한 잔 올리며
어무이 영면을 기도해 본다
이제 어른은 한 분도 안 계시니
그 서럽고 허전한 마음을 오는 길
노을 이는 섬진강에 던져 버리고 왔다
'22.6.8 어무이 문상을 다녀오며
*작가 노트
엄마 : 나를 낳고 길러주신 분
어무이 : 아버지를 사랑한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