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시인의 추천詩
포랜컬쳐
0
150
03.20 20:15
장마, 그 고독 속으로
장해숙
손톱만 한 의심이 들었다
설마가 부른 오기는 넘을 수 없는 장벽이 되었고
부정은 눈을 떠도 보이지 않게 가리는 가리개가 되었다
팬티 차림으로 밤마다 아파트를 돌아다니고
기억력이 흐려져 서류 한 장 작성하기도 어려워진 남자
가장(家長)이요 기둥이었던 것을 잊어보려 애쓰는 밤
흰 구름은 어느덧 하늘을 덮어쓴 먹구름으로 변했다
도망갈 곳 없는 병원의 긴 복도 끝
“치매입니다”
의사의 음성이 천둥 번개로 머리에 꽂힌다
여태껏 처음 듣는 낙뢰였다
콰르릉 쾅, 온 삶을 흔드는 소리
언니의 눈은 금세 거대한 우기가 되었다
투다다다닥,
생을 부정하는 절규인 양 창을 때리는 빗소리
앞이 보이지 않게 내리는 빗줄기
이제 막 시작된 장마의 서막이 올랐다
언제 볕이 들지 알 수 없는 고독한 계절이다
[장해숙 약력]
시꽃피다 정회원
방송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