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시인의 추천詩
포랜컬쳐
0
244
08.09 20:29
어느 기다림의 색깔
이영순
토마토에 관한 한 붉음은 기다림이다
작년에 떨어진 씨 하나가
올해는 제 힘으로 땅을 밀고 올라왔다
뿌리는 깊었고
줄기는 담장을 덮을 만큼 무성했다
노란 꽃도 여러 번 피었다
바람이 다녀간 자리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작은 열매 하나를 기다렸다
햇살은 날마다 붉은 물감을 채근했고
내 마음은 벌써 붉은 과즙으로 달콤했다
나는 열매를 간절히 기다렸지만
꽃은 피자마자 조용히 제 자리를 비웠다
씨앗 가게에서는 토마토가 열리지 않을 거라 했다
며칠을 더 기다려도
초록은 끝내 초록으로만 남았다
끝내 뽑아낸 줄기에는
열매 대신
기다린 시간만 길게 매달려 있었다
[이영순 약력]
시꽃피다 신인문학상
시꽃피다 특별회원
헤어디자이너
<詩감상> 조선의 시인
이 시는 자생한 토마토를 통해 결실을 맺지 못한
기다림의 쓸쓸함과 그 속에 녹아든
시간의 무게를 절제된 문체로 그린 작품이다.
시인은 화단에 스스로 싹을 틔운 토마토를 보며
'붉은 열매'라는 달콤한 희망을 품는다.
무성한 줄기와 노란 꽃, 햇살의 재촉은
기대를 부풀리지만, 토마토는 씨앗 가게의 예견대로
끝내 열매를 맺지 못한 채 '초록'의 완강함으로 남는다.
결국 뽑아낸 줄기에 열매 대신 '기다린 시간만
길게 매달려 있었다'는 마지막 고백은 이 시의 백미이다.
원하는 결과(붉음)에 닿지 못했더라도,
무성하게 뻗어나갔던 초록의 시간과 간절했던 기다림
그 자체가 삶의 소중한 궤적이자
또 다른 '기다림의 색깔'임을 담담하고도 애틋하게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