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시인의 추천詩

조선의 시인의 추천詩

포랜컬쳐 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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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숙 작가




호숫가에 서서


                  정은숙


마음의 상처가 발진처럼 돋아오르고
하늘마저 서럽게 푸르던 날이었습니다

나는 호수로 나가 물속에 잠긴 산을 바라보며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몸과 함께 하늘까지 물속에 담근 채
대지에 깊이 뿌리내리지 않고 살아가는 삶을 꿈꿨습니다

물가에 기울어진 나무 그림자처럼
흔들림마저 온전히 품어내고 싶었습니다

저녁에 잠긴 산허리에 한 번 스며들고도
머물지 못한 것들이 있었습니다

잡으려 할수록 멀어지는 인연들을
이제는 억지로 붙잡지 않기로 했습니다

내게 찾아왔던 기억의 파편들을
고요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혔습니다

나는 바람과 천천히 몸을 섞으며
그저 흘러가도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구름과 햇살조차 부러운 날
나의 하루는 물빛 속으로 천천히 가라앉고
여전히 하늘은 멀고 푸르기만 합니다



<정은숙 약력>
조선대학교 교육학 박사 
문예사조 시 부문 등단
문예사조 동시 부문 등단
포랜컬쳐 신춘문예 우수상
김해예총 디카시 작품상
시꽃피다 이사



[詩감상] 조선의 시인
이 시는 마음의 상처를 안고 호수를 찾은 이의 
고요한 치유 과정을 담고 있다. 
시적 화자는 서럽도록 푸른 하늘 아래서 
물속에 잠긴 산과 나무 그림자를 바라본다. 

대지에 단단히 뿌리내리는 대신, 물 흐르듯 
흔들림까지 품어 안는 유연한 삶을 동경한다. 
특히 중심부에서는 집착하던 인연과 
아픈 기억의 파편들을 호수 아래로 가라앉히며 
비워내는 내면의 변화가 돋보인다. 

바람과 몸을 섞으며 흘러가겠다는 다짐은 
상처를 억지로 이겨내려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순리에 맡기겠다는 초연한 태도를 보여준다.
 
결국 호수 속으로 가라앉는 하루와 멀고 
푸륹 하늘의 대비는, 깊은 슬픔 속에서도 
삶을 묵묵히 수용하겠다는 먹먹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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