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시인의 추천詩
포랜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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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7 22:27
징검다리의 간격
이성자
바다를 향해 흘러가던 서툰 물길은
날마다 이별의 부피만큼 조금씩 제 몸집을 키웠다
징검다리 칸칸을 위태롭게 누비는 너의 걸음걸이
내 발바닥은 차마 닿기도 전에 너와의 거리를 먼저 재고 있었다
낯선 이들의 무심한 발길이 이 경계에 잦아질수록
강물의 유랑하는 꼬리는 더 멀리 달아나고
차가운 빗물이 돌의 단단한 속내를 톡톡 노크할 때
먹구름 속 천둥이 목을 가다듬어 크게 기침을 하면
깜짝 놀라 강물 쪽으로 접히던 나의 발걸음은
잠시 중심을 잃고 너를 향해 흔들린다
징검다리 그 아슬아슬한 중간쯤에 멈춰 서서
뒤돌아 슬프게 미소 짓던 그날의 아득한 여유
결국 너와 내가 끝내 채우지 못하고 두고 온 빈칸은
처음부터 다리가 완강하게 벌려놓은 만큼의 거리였다
다리는 다만 지쳐버린 걸음의 보폭을 읽을 뿐이지만
내 지워지지 않는 마음은 그 넓은 절벽의 칸을 조용히 건너간다
흐르다 이내 저녁 속으로 사라져 버릴 오늘
나는 우리가 딛고 섰던 징검다리 돌방석 하나
차가운 이끼를 단단히 붙잡고 차마 놓지 못한다
<이성자 약력>
문예시대 시 부문 등단
시꽃피다 편집이사
포랜컬쳐 시 부문 최우수상
감성문학 시 부문 수상
첫눈에 반한 봄 수상
구지봉문학상 우수상
[詩감상] -조선의 시인
본 작품은 징검다리를 건너는 일상적 행위를 통해
관계의 역동성과 이별의 심리적 간극을 섬세한
필치로 포착한 수작이다.
시인은 '물길'의 유동성과
'돌'의 부동성을 대비시키며 서사를 연다.
이별의 무게만큼 불어나는 강물과 발바닥보다
먼저 거리를 재는 서툰 마음은 사랑이
시작되기도 전에 예감되는 고독을 투영하고 있다.
특히 천둥의 기침 소리에 중심을 잃고 '너를 향해'
흔들리는 대목은 타인이라는 위협 속에서도
상대방을 열망하는 화자의 간절함을 촉각적으로 전달한다.
백미는 '다리가 벌려놓은 만큼의 거리'라는 물리적 한계를
'마음이라는 절벽의 칸'으로 뛰어넘는 후반부의 종결이다.
비록 관계는 실패했을지라도
'차가운 이끼가 낀 돌방석'을 붙잡고
놓지 못하는 화자의 미련은,
사라져가는 오늘 속에서 끝내 사랑의
중심을 지키려는 숭고한 영토로 확장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