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동행 * 포랜컬쳐 이달의 시 * 조일규 작가 * 접시꽃 어매

문화예술 동행 * 포랜컬쳐 이달의 시 * 조일규 작가 * 접시꽃 어매

포랜컬쳐 0 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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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일규 작가

* 접시꽃 어매
 
                   백토 조일규

울컥 생각이 난다
접시꽃 보면
열두 폭 무명치마 적삼에 풀질하여
종이 접듯 고이 접고 접어
다듬질이 끝나면
숯대루 밑에 잡아 당겨
접시꽃처럼 입으셨던 울 어매 

구구 구우 모이를 뿌려주면
달려 모인 닭들에게
몰똑하다고 흐뭇해하시던 어머니
그날은 닷새 장날 아침
햇장닭 한 마리를 잡아 두 날개를 묶어서
장바구니에 담아 머리에 이고서
바쁜 걸음으로 장에 가신 어머니
처마 그늘을 눈이 빶도로 재촉하다
파장 시간이 되면
장 마중을 따라나서던 접시꽃

모내기철이면
동생을 등에 업고 샛젖을 먹으려 갈 때도
보채며 그랬었지
홀로 남아 집을 볼 때도
옆에 서서 놀아 주겠다며
큰 입으로 신나게 노래를 불러 주던
그대 접시꽃

그토록 어매를 못 잊어서
발걸음마다 따라 다녔다
열두 폭 치맛자락처럼
꽃잎이 바람결에 펄럭거린다
이맘때만 되면 또 울컥
접시꽃 울 어매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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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일규 사진作

* 대루: 다리미의 남도 방언
* 몰똑: 훤칠하다. 탐스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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