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미 하브루타 강사의 책읽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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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미 하브루타 강사의 책읽수다

수안 0 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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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수필



네번째 >>  책만 보는 바보 - 이덕무와 그의 벗들 이야기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로 환승하려는 데 역 입구에 붕어빵을 팔고 있다. 한 입 먹고 

싶어져 잠시 망설이다 발걸음을 돌렸다. 기껏해야 겨우 한 마리 먹고 나머지는 

하루 종일 들고 다녀 할 애물단지가 될테니.


몇걸음 가다 못내 아쉬워 붕어빵 리어카를 힐끗 쳐다본다. 문득 붕어빵 그림 위로 

정민 언니 얼굴이 오버랩 된다. 정민 언니는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사람 중 

한 명이다. 언니는 시원하게 맥주 한잔을 마시고 나오면서 이런 말을 했다.

난 술을 마시면 이상하게 붕어빵이 먹고 싶더라.”

저녁이라 더위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뜨거운 여름이었다.

이 더운 날 붕어빵?”하고 웃었지만, 그날 이후 붕어빵을 보면 정민 언니가 떠오른다.

붕어빵하나로 지난 세월이 무색하게 선명한 모습을 드러내는 언니의 안부가 

궁금해지는 것도 잠시,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에 잠겼다.


중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돌아오면 사과를 깎아 먹었다. 먹을 것을 좋아하지만

이상하게 과일은 손이 가지 않는다. 지금도 과일은 한쪽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사과를 먹었던 건, ‘무슨 과일 좋아해?’라는 질문에 사과라고 대답하고 

싶어서였다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과가 좋아지기는커녕 먹는 양이 줄어들었고, 

어느 순간 사과 먹기를 그만 뒀다. 그 때 어렴풋이 느꼈던 것 같다좋아하는 건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지하철 역으로 발걸음을 돌리며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이 순간, 누군가의 기억 한 켠에 머무르다 문득 나를 떠올리게 할 붕어빵을 

찾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해졌다.

좋아하는 게 있다는 것은 축복이요, 일찍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알고 

즐기는 사람은 더할나위없이 행복하다. 이덕무가 그러하다. 이덕무는 글 읽기를 

매우 좋아했다. 하루는 집안사람들이 아이를 잃어버려서 난리가 났었는데

저녁 때가 훨씬 넘어서 관아 뒤 풀더미 속에서 찾았다. 벽에 적힌 옛글을 보는 데 

정신이 팔려 날이 저무는 줄도 몰랐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스물한 살이 될 때까지 

하루도 선인들의 책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고, 동에서 서쪽으로 해 가는 방향을 

따라 빛을 받아가며 책을 읽었다. 단지 책 읽는 즐거움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내면을 성찰하고 바로 세우며 본분에 맞는 즐거움을 만끽하며 살았다. 그의 삶에서 

책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이덕무에게 있어 책은 함박웃음 짓게 하는 선물과 같아 

책에 미친 바보라는 말을 무척 마음에 들어 했을 것 같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했던 일이 뭐가 있었나, 기억을 더듬어 본다. 사흘 밤낮을 새로 

나온 컴퓨터 게임에 열중했고, 태교로 시작한 바느질은 삵 바느질에 이르렀다

외에도 몇 가지가 더 있었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미련 없이 그만뒀다. 진정으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이다.

책에 미친 바보속의 이덕무를 보며, ‘그래, 좋아한다는 건 저런 거야.’라며 

좋아하는 것에 대한 해답을 찾았나 싶었는데, 막상 책을 다 읽고 나니 

최소한 저 정도는 되어야 좋아한다고 할 수 있지.’라는 생각에 더 어려워졌다.

 

내가 좋아하는 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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