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讀者조용현 시인의 단수필, 아름다운 시절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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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讀者조용현 시인의 단수필, 아름다운 시절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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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현 사진 作




소나무 숲에서


        조용현


나, 어릴 적에 살던 우리 마을엔

앞산 뒷산에 보이는 나무라곤. 모두가 소나무였습니다.

밥을 지으시는 어머니께서 부지깽이를 들고

아궁이에 불을 지펴도, 마른 소나무가 벌겋게 타고 있었고,

아랫방 부엌에서 소죽을 끓이던 나무도 화력이 좋아,

땔나무 감으로는 단연코 소나무가 으뜸이었습니다.


바다가 십 리쯤 떨어져 있는 나의 고향 마을은

매일 같이 바람이 세차게 불었는데

할아버지 할머니가 모셔져 있는 산소에도 

큰 소나무가 방풍림이 되어 지키고 있었지요.

그런 소나무는 바람이 불면 포근하게 막아 주고

한여름에 뙤약볕이 내리쬐면, 시원한 그늘도 내어 주고 있었지요.


어디, 그뿐인가요 내 가족이

오손도손 행복하게 살고 있었던 허름한 초가집도

든든한 소나무가 기둥이 되어 떡,

버티고 있었으며 지붕을 받치는 긴 대들보도 소나무였습니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내리면, 내리는 데로 격랑의 세월을

우리와 같이 살아온 소나무는, 이 땅의 주인이었습니다.

일 년 365일을 살아가면서 사시사철 푸르른 소나무는

우리에게 땔 내야 땔 수 없는 아주 소중한 나무라는 것을 세삼 느끼고 있습니다.


휴일 아침에 커다란 소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우이동 솔밭 공원에서

시원하게 스며오는 솔 향기를 듬뿍 마시면서 기지 게를 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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