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讀者조용현 시인의 단수필, 아름다운 시절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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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讀者조용현 시인의 단수필, 아름다운 시절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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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중근 사진 作



어머니의 호박 시루떡


              조용현


  요즘, 자동차를 타고 서울 도심을 벗어나 시외를 달리다 보면 도로 가장자리,

한적한 곳에 천막을 쳐 놓은 모습이 종종, 눈에 들 어옵니다.


그곳에는, 주변 농촌 지역에서 생산되는 갖가지 농산물을 내놓고 판매하는 곳이지요.


잡곡이나 과일, 채소 등, 갖가지를 진열해 놓았는데 그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습니다.


달덩이같이 잘생긴 노란 호박이 가판대 한쪽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요.


먼 옛날 나의 고향 집 지붕 위에서 굴러떨어질 것 같이 매달려 있어야 할 호박이 그곳에 있었지요.


계절이 이때쯤 되었을까,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 계시지만,

농사를 짓던 나의 어머니께서는 잘 익은 호박을 가지고 서울에 올라오셨습니다.


먼 길 오시느라 피곤하셨을 텐데 잠시 쉬지도 않으시고

잘 익은 호박을 자르는데 벌건 속 살에서 나오는 단내가 어찌나 좋았던지요.

잘게 자른 호박과 팥, 쌀을 가지고 떡 방앗간에 가셔서 시루떡을 만들어 오셨지요.


그날은, 떡을 맛있게 먹고 있던 자식들 보 다,

떡 먹는 자식을  유심히 바라보고 계시던 어머니 얼굴이 더 즐거워 보였습니다.


 고향에서 가져온, 햇곡식으로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호박 시루떡은 이제는 맛을 볼 수가 없어서 안타까울 뿐입니다.


뜨거웠던 한여름이 물러난 지 불과 며칠,

지난 것 같은데 벌써 추석 명절이다가 오고 있습니다.


계절이 참으로 빠르게 흐르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오늘 따라 고향 생각이 나고

그리운 사람들의 얼굴도 보고 싶어, 지나간 시절을 잠시, 소환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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