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讀者조용현 시인의 일상, 아름다운 시절詩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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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讀者조용현 시인의 일상, 아름다운 시절詩節 4

소하 0 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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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저문 산책길에서


                    조용현


파르르 먼지가 일렁이는 바람을 따라

낙엽 하나, 힘없이 굴러간다

그 뒤를 이어 나의 걸음도 누가 오란듯이 그냥 따라간다


낙엽이 따라가던 바람은 금세 멎어 버렸다

그 자리엔 아무도 앉아있지 않는 벤치가

덩그러니 기다리고 있네

나도 쉬엇다 가야 겠다


우연히 만난 길동무가 그곳에 멎었는데

혼자 걸어갈 수는 없지 않은가?


집에서 나올 적에, 바람을 쐬러 간다고

나왔는데

굴러가는 낙엽이 바람을 따라가고 있었으니

이보다 좋은 일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휑하니, 아무도 없는 공원 벤치에 앉아

잠시 잠자는 바람을 두고 구르다 멎은

한 잎의

낙엽을 탓 하면서

흐르는 물 같이 세월을 따라가다

늙어 버린 나를,

보이지 않는 그림으로 들여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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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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