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 기획 연재시詩 8, 김두기 시인편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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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3 02:02
김마임 포토 친구
오래된 경전을 읽고 있는 소리 들린다
눈물과 웃음이 밑줄 쳐진 행복의 주어는
사랑하며 살다가 떠나간 그들이 읽힌다
한 세월이 넘어갈 때마다 소복하게 쌓이는
허전함의 글씨체는 겉도는 이방인처럼 낯설다
오늘도 한 줄의 기억으로 허기진 말씀을 달랜다
낡아 덜렁거리는 겉모양 위로 햇살의 방문은
늘 가슴 한쪽 기억을 조금씩 빼앗아갔다
더 읽고 더 넘기고 싶은 그 행복이 아련해져 조금씩 삵아간다
이제 누구도 관심주지 않는 외딴곳에서
혼자 떠나고 혼자 돌아오고
혼자 시간을 넘긴다
좀 슬어 구멍 뚫려 어디론가 가버린
경전 구절 하나가 바람의 이름으로 문지방을 두드린다
아직은 읽고 쓰고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