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선 시인의 말하는 수필

여행

박금선 시인의 말하는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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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해정


           박금선


이상하다


방문을

원하시는 분은 여기 이 번호로

연락해 주세요


안내문에 적혀있다

그런데 대문이 활짝 열려 있다


하얀

두루마기를 입은 할아버지 한 분이 마당을 쓸고 계셨다.


남명선생이다


"어험, 어서 오시오."



"네, 안녕하세요?"


눈을

비비고

한 번 더 닦고 보니

두루마기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작업복을  입은 관리자였다


환성재

마루에는 어르신 네 분이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하고 계셨다 문이 열린 이유를 알았다


나를 불렀다


"어이, 아주머니 여기 방문 기록 좀 적어 주세요."


어르신 한 분이

방문 일지를 건네셨다


그런데 낭패다

전부 한자로 기록이 돼 있었다

까막눈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어르신 네 분이 방문을 기록한 한자였다


"저기,  저는 글이 짧아 한문을

잘 못 쓰는 데 한글로 써도 됩니까 예?"


" 예상관 없습니다."


이름 주소 생년 본, 을 적었다


"58년이면 내 장조카랑 한동갑이구먼. 내하고 딱 18살 차이 나는구먼."


이때는

무슨 답을 원하시는지

나는 잘 알지요

내가 눈치는 3단 아닌가?


"아, 네  연세에 비해서 진짜

젊으시고 정정하시고 고우십니다

20년은 젊어 보이십니다."


실제로

피부도 곱고 젊어 보이셨다


귀마개를

끼고 계신 어르신 입꼬리는

귀를 한 바퀴 두르고도 남아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듣기 좋은 말은

갈고리로 싹싹 다 긁어모았다


진덕문

환성재

유위재

신산 서원( 산해정 )

지숙문

숭도사를 둘러보고

굴뚝과 화장실도 꼼꼼히 둘러봤다


흐리멍덩한

머리에 맑은 공기가 빨리 돈다


남명선생께

표창장을 받은 기분이다


야호!


풋풋한

가슴을 이고

돌계단을 내려온다


2년 만에

최고의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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