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이런goya-월급날

수필, 소설

사는게 이런goya-월급날

헐벗고 가난한 창고에 쏟아져 들어오는 부(富)가 풍성한 날이다.

한 달에 한 번씩 손꼽고 손꼽아 기다리는 반가운 날이다.

그리고는 몰려오는 쓰나미처럼 엄청난 좌절감을 맛보는 날이기도 하다.

한 달을 무려 한 달을 게 거품 물고 버텨왔다.

엄청난 한파가 아니더라도 

찬 기운이 뚫려있는 문풍지의 작은 구멍에 황소바람처럼 비집고 들어오는데 추웠다.

옷을 껴입고 두텁게 더 껴입는데도 왜 이리 추운가?

월급이 분명 들어왔는데 왜 없지?’

혹시 내 월급이라고 칭하기는 하지만 내 돈이 아닌 건 아닐까?’

 

처음 첫 월급날에 그닥 두둑하지는 않은 월급봉투를 받아들고 난생 처음 내가 일해 받은 수확이겠거니 뿌듯해 했었는데 

그러면서 손에 침을 묻혀가며 지폐를 계수했었다.

어떤 식으로든 내 손을 거쳐서 들어왔다가 나갔다.

내 안에 들어왔다가 내 손으로 지불할 수 있었다.

그러기에 어무이 선물로 빨간 내복 한 벌,아부지 선물로 가죽혁대 하나 그렇게 사 드렸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분명 월급 명세서에 내 월급액수가 선명한데도 나는 돈 구경은 커녕 냄새도 맡기가 어렵다.

월급은 이렇게 정의해볼 수밖에 없다.

비어있는 통장의 여백에 검정색 잉크로 숫자를 채워놓는 일

꽉 차있는 숫자의 향연이 ‘0’으로 변해버리면 나는 빈궁기에 접어드는 것이다.

이런 류의 숫자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숫자의 흔적을 ‘0’으로 바꾸는 일을 급박한 속도로

진행시켜놓는다.

나는 그러고 싶질 않다.

가능하면 할수록 처음 박힌 숫자 그대로 다음 월급날까지 지속가능한 향연을 즐기고 싶다.

그냥 내 의지가 그렇다.그러나 그 뿐

현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고 오히려 처음 박힌 숫자가 각인되기가 무섭게 ‘0’으로 바뀐다.

그리고는 월급날임에도 불구하고 ‘0’의 숫자가 늘어난다.

아예 모든 숫자가‘0’으로 바뀌고 마이너스 숫자로 바뀌는 날이 허다하다.

월급날은 잃었던 내 숫자를 회복하는 날이 정녕 맞는것인가?

나도 내 월급을 내 돈이라 칭하고 지폐를 계수해보며 손가락에 침도 묻히고 싶다.

잃어버린 내 월급의 흔적을 찾아서~’

무슨 꼭 영화제목 같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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