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규 시인의 수묵화 한점의 풍경은 시다詩多 4

조일규 시인의 수묵화 한점의 풍경은 시다詩多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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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토 조일규 시인




어매꽃


     백토


꽃, 그대는 슬퍼 할 새도

지쳐 누울 새도 없이 웃기만 했습니다


여름 한낮 땡볕아래

입술이 찢어지고 허리가 휘도록

싫은 내색 한 번 없이

그늘 한 조각 없는 밭두렁에 걸터앉아

흙 묻은 손 터는 둥 만 둥 머릿수건에 땀을 닦으시고

적삼고름 풀어 젖가슴을 내주시던

사랑의 꽃이셨습니다


땀으로 눈물로 호밋자루가 다 닳도록

죽을 힘을 다해가면서도

나는 괜찮다, 나는 됐다

물 한 모금까지도 자식에게 먼저 주시던

희생의 꽃으로 사셨습니다


세상 어떤 꽃에도 없는 젖내음 밥내음

땀내음까지도

아침 꿀향기로

배고픔을 달래 주시던

생명의 꽃이셨습니다


비 오는 어느 날엔

바람결에 흩날리듯 흥얼거리시던 타령은

자식 먼저 가슴에 묻은 한맺힌 기도였으며

남모를 설움이 서렸던

한송이 눈물 꽃이셨습니다


끝내는 마지막 가시던 날

자식 생각에

눈마저도 고이 감지 못하셨던

죽어도 살아 계신

불사불멸의 꽃이십니다


이제 어매꽃은

나의 고향이 되고 별이 되어서

남은 날 모두

따라 닮아 갈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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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일규 사지 作 202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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